주우희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안녕하세요?
지난 2024년 6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Peripheral Nerve Society (PNS) Annual Meeting 2024에 참석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전임의로 근무할 당시에 참석하였고, 1년이 지나 사진첩을 보면서 돌이켜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PNS Meeting 은 말초신경 질환을 연구하는 전 세계 기초 및 임상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지견을 공유하는 학회로 말초신경 연구 분야 별로 Special Interest Group 이 있습니다. 염증성 신경병, 유전성 신경병,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신경병성 통증, 독성 신경병으로 구분되어 동시간대에 발표가 진행되어 관심있는 주제를 골라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활발한 바이오마커 연구였습니다. 특히 염증성 말초신경병증이 워낙 드문 병이다보니,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다국가 코호트 기반 (INCbase, IMAGine, IGOS)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참여를 못하고 있었어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국내 연구 여건과 비교할 때 체계적인 코호트 구축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고, 연구자들의 꾸준한 노력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겠다고 느껴졌습니다.
여러 인상적인 포스터들이 많았지만, 저는 CIDP와 mimic disease 감별을 위해, modeling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발표된 포스터가 가장 놀라웠습니다. CIDP는 진단기준이 까다롭고 배제해야 할 질환들이 많은 질환으로 임상 현장에서 진단에서부터 고민이 되는 부분이 많은 질환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체감하고 저도 NCS statistical modeling을 통해서 CIDP 와 CIDP mimic을 구분하려는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이미 진단의 정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홈페이지도 만들 정도로 연구가 발전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학문적인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학회 중 하루 오후 시간을 내어 맥길대학교 캠퍼스를 거닐었습니다. 캠퍼스는 웅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세계적인 명문대학 답게 곳곳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이 묻어났습니다. 건물 벽면과 안내판에는 학교가 배출한 여러 리더와 학자들의 업적이 소개되어 있었고 책에서만 보던 ‘맥길 통증 척도(McGill Pain Questionnaire)’가 탄생한 바로 여기구나 하면서 재밌게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학회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몽루아얄 공원이 있었습니다. 사실 학회기간 대부분 날씨가 흐려 다소 아쉬웠는데, 다행히 화창한 날에 맞춰 공원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학회장의 열기를 잠시 내려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 전경을 바라보니, 그 순간만큼은 병원과 학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회 마지막 날 저녁에는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했는데 바쁜 학회 일정 속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녁에 Aura 레이저쇼를 미리 예약하고 갔는데,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내부 장식, 웅장한 오르간 소리에 압도되었습니다. 손은희 교수님, 김지은 교수님, 전재현 선생님, 민영기 선생님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는데, 학회에서 느낀점을 공유하고, 한국의 의료 체계의 문제점 어려운 점들도 얘기 나누면서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PNS 2024 학회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국제적 협력 연구의 중요성, 바이오마커 연구의 미래, 또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의료 환경에서 말초신경 질환 연구가 안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다시금 인식하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 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