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욱 원장님 박지욱 신경과
최근에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2017)>을 보았다. 20년 전 <프랑켄슈타인 2000>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한 배경을 담았다.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을 통해 전기 신경생리학의 ‘탄생’ 이야기도 알아보자.
서점상의 딸로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메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1791~1851)는 시인 PB 셸리와 사랑에 빠진다. 셸리가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기꺼이 집을 나와 그와 동거에 들어간다. 그리고 딸을 낳았지만 곧 죽어버린다. 메리는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셸리는 기분 전환을 위해 그녀와 함께 제네바 호반으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시인 바이런과 주치의 폴리도리(John William Polidori)를 만난다.
폴리도리를 통해 갈바니즘을 알게 된 메리는 죽은 이의 몸을 조각조작 이어 붙인 다음 전기 충격을 주어 되살려낸 존재의 이야기를 쓴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SF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1818년)>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의사이고, 그가 살려낸 존재로 나중에는 끔찍한 괴물이 된 존재는 ‘아담’이다.
영화에서 메리는 런던에서 있었던 공포극(phantasmagoria) 공연에서 죽은 개구리에 전기 충격을 주어 움직이게 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는데, 이것이 바로 갈바니의 실험을 재현한 것이다. 영화 속에도 “갈바니즘(galvanism)입니다!” 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갈바니(Luigi Galvani)는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해부학 교수였다. 메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두 금속 사이에 흐르는 전류가 죽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동물의 몸 속에 있는 ‘동물 전기’의 증거로 보았다. 갈바니가 이 현상을 발견한 1876년을 전기생리학의 ‘출생 연도’로 본다. 하지만 저명한 물리학자 볼타(Alessandro Volta)는 동물 전기 개념을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켄슈타인>이 세상에 나온 지 15년이 된 1833년에 뒤시엔느(Guillaume Benjamin Duchenne)은 피부에 전기 자극을 주어 근육을 수축시킬 방법을 찾아 ‘‘Localized Electrization(국소 전기화)”라고 불렀다. 뒤시엔느는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킬 수 있는 특정 피부 자극점을 찾아냈고 이를 우리는 “muscle motor points(근육 운동점)”이라 부른다.
1861년에 독일의 에르브(Wilhelm Erb)는 그의 이름이 붙은 자극점을 상완신경총에서 발견했다. 뒤시엔느와 에르브는 upper brachial plexus palsy(C5-6; Erb-Duchenne palsy)에 이름을 나란히 남겼다.
1859년에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는 신경전달속도(NCV)를 측정해 초속 28m로 밝혔다. 1920년대 에이드리언(Edgar Douglas Adrian)는 축삭돌기의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를 연구했고 MUP(Motor Unit Potential)를 발견했다(1932년 노벨상 수상). 얼랭어(Joseph Erlanger)는 신경의 전달속도가 굵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 α(NCV 100m/s), ß(NCV 2~14m/s, γ(NCV 2m/s 신경섬유로 나누었다(1944년 노벨상 수상).
데니-브라운(Derek E. Denny-Brown)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신경질환자들의 근전도 이상 소견을 밝혔고, 부흐탈(Fritz Buchthal)은 MUP 소견과 축삭성 병변과 수초성 병변(axonal and demyelinating neuropathies)의 신경전달속도 차이를 연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엄청나게 많은 신경 손상환자를 남겼다. 미국의 래러비(Martin Glover Larrabee)는 신경 손상 부상병들을 연구했고, 1948년에는 골셋(James Golseth)이 오늘날 우리가 환자 진료에 쓰는 근전도검사기를 만들었다.
메리의 ‘프랑켄슈타인’이 태어난 1816년에는 갈바니는 이미 죽었고(1798년) 그의 조카인 물리학자 알디니(Giovanni Aldini)가 동물 전기를 두고 볼타(1745~1827)와 격론을 벌이던 때다. 알디니는 죽은 동물은 물론이고 참수당한 죄수의 몸에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도 했다. 그는 런던으로 건너가 참수당한 죄인의 시신에 전기 충격을 주는 장면을 공개 시연도 했다(1803년). 메리는 너무 어려 이 장면을 볼 수는 없었겠지만.
다만 영화에는 폴리도리가 참수된 사람을 전기 자극하는 알디니의 실험 삽화(삽화 이미지)를 메리에게 보여주었고 메리는 죽은 사람을 전기로 되살려내는 아이디어를 얻는 것으로 나온다. 그 자신이 뱀바이어 문학의 창시자인 의사 폴리도리는 어떤 방식으로 던 메리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Theoretical and experimental test on galvanism, with a series of experiments, Paris : De l'imprimerie de Fournier fils, An XII.-1804)
이야기 거리가 많은 영화로-지루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임상 신경생리학자라면 꼭 챙겨보아야 할 작품이다. 잊기 전에 ‘찜하기’에 담아 놓으시길~
메리 셸리와 폴리도리. <프랑켄슈타인>의 실제 부모로 볼 수 있다.
박지욱(제주 박지욱신경과의원/medicultist)